나는 종교적 딜레마에 빠졌다. 겉핥기식으로 철학을 접하게 되었고 `불가지론`의 주장이 나의 마음과 딱 들어맞았다. 어떻게 보면 비겁하지만, 신의 존재는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모태신앙`으로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20대 초반까지 꾸준히 교회를 나갔다. 중·고등부 때에는 성가대도 참여했고 찬양팀의 베이스 기타로 신앙생활을 했다. 수련회도 참여하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도 드리고 이런 활동들을 보며 나름 스스로 신앙생활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 마음속에는 절대적인 `믿음`이 없었다. 교회 안에서 나는 신실한 성도였지만 뒤돌았을 때 마음 한구석에 있는 믿음의 부재는 하나님에 대한 의구심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떠날 수는 없었다. 가족이 바라지 않았고 그에 근거해 내 마음이 떠나기를 반대했다.
나는 군대에 갈 나이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교회와 멀어지게 되었다. 훈련소에서 종교는 종교의 의미가 없었고 자대 배치를 받고 난 후에는 제한적인 일정에 기대어 멀어졌다. 나는 나의 생활에 교회가 없는 삶을 살아볼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았다. 믿음에 항상 의심이 있던 나였기에 그런 반응이 당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전역 후에는 예배에 참석`은` 하고 있다.
교회는 내게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종교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심적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심적으로 불안감을 느낀 기억이 별로 없다. (자소서에 역경 극복 항목은 나에게 가장 힘든 문항이었다) 그래서 한때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참으로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 반대로 어린 시절 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 = 착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존재했다. (물론 지금은 다양한 뉴스를 접하면서 와장창 무너졌다) 나는 착한 친구, 착한 학생, 착한 아들 등 '착한'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했고 규칙을 지키려 노력했고 어기면 불안함을 느꼈고 튀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모습이 싫지만도 않고 교회를 원망하거나 주변 환경, 나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
종교는 누군가의 심적 불안감으로 시작해 기댈 누군가가 필요해 생긴 어떤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생활의 어떤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세상을 변해왔다. 종교도 그중 하나라도 생각한다.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지만 확고한 가치관은 필요하다. 아직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았다. 열린 마음으로 앞으로 가치관을 확립해 나갈 예정이다.
교회(예배)는 꾸준히 참석할 것이다. 그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라면 말이다. 그 환경 속에서 가치관을 정립해 나갈 것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참고로 어렸을 때부터 들어서인지 밴드를 기본으로 한 찬양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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